안녕하세요,

외교광장의 이사장 김준형입니다.

오늘날 국제정치 질서는 그야말로 대격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극 체제는 리더십을 상실해가고, 중국과의 패권 갈등이 안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신냉전체제의 도래 여부는 열린 결론이지만, 탈냉전 체제는 고작 30년이라는 한 세대 만에 종말을 고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빈부격차와 투기적 횡포를 극복하지 못한 채로 위태한 행보를 이어가고,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의 거센 역공에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내 버렸습니다. 많은 흠결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통합과 협력의 질서를 향하던 세계화는 각자도생의 파편화와 호전적 민족주의로 돌아서고 있고, 정치는 시민의 자유와 행복을 이끌기보다는 혐오와 차별의 야만적 선동에 골몰함으로써 위기를 재촉합니다. 

이 시대는 커뮤니케이션이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다른 생각을 전달하고 상대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야 가능하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서로 알아듣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소통은 없고 서로 이념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은 아예 차단하고 맙니다. 진영논리가 사람들을 포박해 공감과 설득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대가 사라지면서 시도조차 끊어져 버렸습니다. 소통이 사라진 세상에서 진실마저 변질하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이 2016년의 키워드로 선정했던 단어가 ‘탈진실’이었다는 것이 많은 것을 말합니다. 진실보다 입장, 사실보다 의견이 더 중요해지면서 정치인의 사적 권력욕으로 말미암은 선동에 쉽게 흔들리는 안타까운 시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질서가 위기 국면임은 분명합니다. 그중에도 우리가 사는 이 땅은 분단의 굴레가 여전하고 강대국 지정학의 부활까지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의 난국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이념 갈등과 분열의 진영대결을 개선은커녕 정치적 이득을 위해 오히려 과장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래 비전과 국가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기적 사익에 골몰하는 가운데 국민은 소외되고, 약자는 버려집니다. 그러나 어떤 격변의 위기라도 기회를 품고 있음을 압니다. 한민족의 위대함은 위기에 강하며 어떻게든 극복해왔다는 것 역시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위, 그리고 국격은 괄목상대해졌습니다. 시대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이때야말로 지식인이라면 분연히 일어나 최선을 다해 시대적 책무를 감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파편화와 탈진실, 뉴노멀과 차별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노력에 따라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기에 포기할 수 없고, 아무리 작은 기여라도 아낄 수 없습니다. 

외교광장은 국제정치 및 세계 주요 지역의 전문가들을 망라한 연구와 교육, 그리고 정책 자문집단으로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외교·통일·안보 분야의 정책 대안을 연구 개발하고자 합니다. 또한, 다양한 소통 및 교육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지식인의 의무를 다하며, 나아가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공헌하는 기관을 지향합니다.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개방성과 다양성의 전제 아래 관련된 국내 외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부의 대외정책 결정과 실행에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차세대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신전환시대를 맞아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앞장서서 부딪치고자 합니다. 이것이 외교광장을 출범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자 취지입니다. 앞으로 외교광장은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며, 함께 연구하며,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비전을 품습니다. 


국가는 외교를 만들고, 
​외교는 국가를 만든다. 
사람은 광장을 열고, 
광장은 사람을 연다.